작별
이야기 화수분 故이어령의 따뜻한 작별,
그가 남긴 마지막 화두를 기록한 이야기
“이별이 끝이 아니고 잘 있어, 잘 가, 라는 말이 마지막 인사말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확신합니다. 죽음도 생명도 그것을 이길 수 있는 영원한 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8월 중순 출간 예정인『작별』은 이 시대의 대표 지성 故이어령 선생이 삶엔 작별을 했지만,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 생명을 위해 남긴 마지막 이야기를 기록한 책이다.
“나의 가장 가까운 친구, 가장 가깝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화만 걸면 오늘 저녁에 가고 싶은 곳에서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던 일상의 사소한 행복들이 이렇게도 그립고 이렇게도 소중한가를 알고, 동시에 디지털이 없었으면 음식 하나도 배달시켜 먹을 수 없는 절해고도에서 살 뻔했다는 접속의 고마움을 동시에 느꼈습니다. 이 디지로그 시대는 그것을 바탕으로 증식하는 세계입니다. 돌덩이처럼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씨앗처럼 끝없이 생식해서 하나의 보리알이 열 개, 스무 개로 늘어나듯, 어떤 엔트로피가 증대해서 앞으로 계속 생식해서 늘어가는 것. 오늘보다는 내일 늘어가는 것. 생식되는, 불어가는 생명체가 증식하는 세계가 바로 생명자본이요, 우리의 밑천이 되는 세계입니다. 이것이 생명자본을 글로 썼고 이야기로 했고, 마지막에는 그러한 마음을 전달하는 눈물 한 방울, 옛날 트로트 한 곡 들으면서 젊은이들이 함께 눈물 흘려주는 눈물 한 방울의 교감입니다.
내가 여러 말을 만들었지만, 내가 만든 말 가운데 뒤의 어린아이들이 부를만한 중요한 키워드가 될 수 있는 유산을 여러분들에게 남겨놓고 갑니다.
잘 있어라, 하는 ‘잘’은 디지로그의 생명자본, 눈물 한 방울입니다. 이걸 여러분에게 남겨놓고 가기 때문에 여러분이 잘 가, 하고 손 흔들 때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잘 있어, 틀림없이 너희들은 잘 있을 거야, 잘 있어, 하고 떠날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분, 이것이 나의 헤어질 때의, 떠날 때의 인사말입니다. 나만의 인사말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떠날 때는 내가 남겨놓은 말과 똑같은 말을 다음에 올 세대를 위해서 마련하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 그야말로 헤어지는 인사말을 제대로 해야 될 것 같습니다. 내가 헤어질 때와, 떠날 때의 인사말… 잘 있으세요. 여러분 잘 있어요.”
『작별』을 통해 고(故) 이어령 선생이 내가 없는 이 땅에 태어날 미래의 생명들에게 전하고 싶던 마지막 메시지를 만나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마련해보시기 바란다.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 재학 시절 [문리대학보]의 창간을 주도 ‘이상론’으로 문단의 주목을 끌었으며, [한국일보]에 당시 문단의 거장들을 비판하는 「우상의 파괴」를 발표, 새로운 ‘개성의 탄생’을 알렸다. 20대부터 [서울신문], [한국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 [경향신문] 등의 논설위원을 두루 맡으면서 우리 시대의 가장 탁월한 논객으로 활약했다. [새벽] 주간으로 최인훈의 『광장』 전작을 게재했고, 월간 [문학사상]의 주간을 맡아 ‘문학의 상상력’과 ‘문화의 신바람’을 역설했다. 1966년 이화여자대학교 강단에 선 후 30여 년간 교수로 재직하여 수많은 제자들을 양성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 총괄 기획자로 ‘벽을 넘어서’라는 슬로건과 ‘굴렁쇠 소년’ ‘천지인’ 등의 행사로 전 세계에 한국인의 문화적 역량을 각인시켰다. 1990년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취임하여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과 국립국어원 발족의 굳건한 터를 닦았다. 2021년 금관문화 훈장을 받았다. 에세이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하나의 나뭇잎이 흔들릴 때』 『지성의 오솔길』 『젊음의 탄생』 『한국인 이야기』, 문학평론 『저항의 문학』 『전후문학의 새물결』 『통금시대의 문학』, 문명론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 『가위바위보 문명론』 『생명이 자본이다』 등 160권이 넘는 방대한 저작물을 남겼다. 마르지 않는 지적 호기심과 창조적 상상력, 쉼 없는 말과 글의 노동으로 분열과 이분법의 낡은 벽을 넘어 통합의 문화와 소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끝없이 열어 보인 ‘시대의 지성’ 이어령은 2022년 2월 향년 89세를 일기로 영면에 들었다.
마지막 인사말
첫 번째 키워드 원숭이
두 번째 키워드 사과
세 번째 키워드 바나나
네 번째 키워드 기차
다섯 번째 키워드 비행기
새로운 키워드 반도 삼천리
새로운 키워드 삼 삼 삼
새로운 키워드 5G, 누룽지·묵은지·우거지·콩비지·짠지
5G에서 뻗어 나간 가지 호미, 심마니, 해녀 그리고 바나나 우유
기차에서 뻗어 나간 가지 깃털 묻은 달걀
비행기에서 뻗어 나간 가지 드론과 생명자본
나의 헤어질 때 인사말, 잘 가 잘 있어
내가 없는 세상의 새로운 이야기
잘 있으세요, 여러분 잘 있어요